2015년 S&P 500 배당 선물 시장이 열린 이후, 시장이 예상하는 배당금과 실제로 지급된 배당금 사이에는 늘 메워지지 않는 간극이 있었습니다. 2022년에 출시된 중소형주(러셀 2000)나 나스닥 100 배당 선물 시장도 마찬가지였죠.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시장이 실제보다 배당금을 낮게 평가하는 이 고질적인 경향은 투자자가 챙길 수 있는 ‘기회(리스크 프리미엄)’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통계적 우연일까요?
특정 시점의 일시적인 가격 왜곡을 피하기 위해, 매년 4분기 동안 형성된 배당 선물의 평균 가격과 이듬해 실제 배당 지급액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꽤나 흥미롭습니다. 거의 모든 사례에서 실제 지급된 배당금이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예외는 코로나19로 인해 배당이 잠시 주춤했던 2020년의 S&P 500뿐이었습니다. (자료 1)
자료 1: 실제 배당금보다 항상 낮게 책정되는 S&P 500 배당 선물 가격
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배당 선물 지수 역시 2022년 출시 이후 실제 배당금을 꾸준히 과소평가해 왔고(자료 2), 나스닥 100 또한 2024년 말에 2025년 배당금을 낮게 예상하는 등 비슷한 패턴을 보였습니다(자료 3).
자료 2: 러셀 2000 배당 선물의 저평가 경향
자료 3: 나스닥 100 배당 선물 가격과 실제 지급액의 차이
배당금이 실제보다 낮게 책정되는 이 독특한 현상은 미래를 전망할 때 매우 흥미로운 시사점을 줍니다. 현재 S&P 500, 러셀 2000, 나스닥 100의 배당 선물 시장은 주식 시장의 뜨거운 열기와는 정반대로 놀라울 만큼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습니다.
현재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고,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수준도 역사적으로 높습니다(자료 4).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과 S&P 500은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 가득하죠. 하지만 배당 선물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자료 4: 낙관론이 지배적인 미국 증시의 높은 가치 평가 수준
만약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주가와 높은 가치 평가(밸류에이션) 수준이 미래에 대한 경제적 낙관론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현재의 배당 지수 선물 시장에서는 그런 긍정적인 신호를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S&P 500의 사례를 보면, 배당 선물 시장의 투자자들은 현재 배당금이 아주 소폭의 명목 성장을 기록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어요. 특히 일반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간의 금리 차이를 이용해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보면, 실질 성장률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가격이 매겨져 있는 상황입니다(자료 5).
자료 5: 선물 시장이 점치는 낮은 명목 성장과 마이너스 실질 성장
나스닥 100 연간 배당 지수 선물 시장의 상황은 그야말로 '씁쓸한' 실정입니다. 명목상으로는 배당이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최근의 성장 추세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거든요. 게다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배당 성장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셈입니다(자료 6). 한편으로는,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배당 선물은 2026년에 소폭 성장을 예고하고 있지만, 그 이후에는 명목 가격과 실질 가치 모두 아예 하락할 것으로 가격이 매겨져 있습니다(자료 7).
결국 요약하자면, 최근 주가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투자자들의 열광적인 모습과 배당 선물 시장의 비관적인 가격표를 동시에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이 두 시장의 시각이 동시에 정답일 수는 없으니까요.
자료 6: 실질 성장률 '제로'를 예상하는 나스닥 100 배당 곡선
자료 7: 소형주 배당 성장에 대해 극도로 비관적인 투자자들
명목 GDP와 배당의 상관관계
그렇다면 거시경제 측면은 어떨까요? 앞으로 배당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거시적인 근거가 있을까요?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총배당금은 다음과 같은 공식을 따릅니다.
총배당금 = (명목 GDP) x (GDP 내 기업 이익 비중) x (배당 성향)
우선 명목 GDP를 살펴보면 낙관론과 비관론이 동시에 공존합니다. 명목 GDP 성장률은 크게 '실질 GDP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실질 GDP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추세 이상의 성장을 달성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입니다. 실업률이 이미 역사적 저점 근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죠. 실업률이 10%에서 시작해 3.5%로 끝났던 2010년대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당시에는 고용이 크게 늘며 배당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니까요(자료 8).
자료 8: 낮은 실업률로 인해 추가적인 경제 성장이 쉽지 않은 환경
긍정적으로 보면 노동 생산성이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생성형 AI 덕분에 생산성이 연간 3%씩 성장했던 1997~2012년의 기록적 수준을 재현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크죠(자료 9). 현재 주가지수가 최고치인 이유도 바로 이 AI 낙관론 덕분입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1997~2012년 당시, 배당 성장은 그리 견고하지 않았고 주가 역시 두 번의 큰 폭락장을 겪으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했습니다(자료 5). 90년대 말 인터넷 붐으로 경제는 계속 팽창했지만, 실제 배당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한참 뒤인 2010년대에 들어서였습니다.
자료 9: AI 기반의 생산성 향상이 이익과 배당을 높일 수 있을까?
중국 본토와 스웨덴, 스위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국 경제가 비슷한 상황입니다(자료 10). 한편, 인플레이션이 높을수록 배당금이 더 빠르게 늘어날 여지도 있는데, 이 주제는 추후 리포트에서 더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자료 10: 중국 제외 주요국, 목표치를 상회하는 근원 인플레이션 지속
GDP 대비 기업 이익 비중과 배당 성향
GDP 대비 기업 이익 비중은 1990년대 초 5~6%에서 최근 10~11.5%까지 크게 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습니다(자료 11). 하지만 이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은 오히려 앞으로 배당을 늘리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업 이익이 다시 줄어든다면, 배당은 지금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과거 불황기(2001, 2008, 2020년 등)처럼 오히려 감소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깁니다. 앞으로 기업 이익이 꺾일 가능성이 있다면, 왜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달리고 있는 걸까요?
자료 11: 사상 최고치 수준인 GDP 대비 기업 이익 비중
그 답은 '배당 성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업은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줄 때 배당을 주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보통 세금 혜택이 큰 쪽을 선택합니다.
2003년 배당세 인하 전까지 배당은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세제 개편 이후 주요 기업들의 배당 성향은 전체 이익의 약 20% 수준에서 안정되었습니다(자료 12). 자사주 매입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방식인 만큼, 세금 조건에 큰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의 배당 성장을 가로막는 결정적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료 12: 기업의 배당 성향, 2000년대 이후 평균 수준에 근접
실제 경기 침체 시에도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은 줄일지언정 배당은 최대한 유지합니다.
결국 배당 선물의 저평가는 경제 위기 신호라기보다, 금융기관의 헤지 물량이 가격을 누르는 주가지수 파생상품 시장의 구조적 특징 때문입니다. 주가는 성장에 환호하는데 배당 전망만 어두운 이 불균형은, 실제 배당이 예상을 웃도는 '배당 리스크 프리미엄'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주가 지수의 낙관론을 배당 시장에서 훨씬 싼 가격에 확보하는 전략을 고민해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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