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부터 귀금속 가격은 기록적인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월 21일 기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았던 금조차 80%의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팔라듐은 105%, 백금은 175% 상승했으며, 은 가격은 212% 급등하며 2025년 초 대비 세 배 수준에 도달했습니다(그림 1).
그림 1: 귀금속 가격 추이 및 달러 대비 가파른 상승세 기록
귀금속은 변동성이 큰 시기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습니다. 투자자들에게는 주식 및 기타 위험 자산에서 자금을 회수(Exit)하거나 공매도(Short)를 선택할 기회도 있으나, 올해 현재까지 이러한 움직임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대신, 최근의 귀금속 랠리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급등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우려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은 외환 시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년 초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강세를 보인 멕시코 페소(MXN)조차 미국 달러(USD) 대비 상승폭이 18%에 그쳤습니다(그림 2). 따라서 멕시코 페소 기준으로 보더라도 금 가격은 2025년 초 이후 51% 상승했으며 팔라듐, 백금, 은은 각각 72%, 131%, 162% 상승했습니다. 타 통화 기준으로 환산한 귀금속 수익률은 멕시코 페소 대비 훨씬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그림 3).
그림 2: 주요 통화 대비 미 달러화의 전반적인 약세 흐름
그림 3: 기준 통화와 관계없이 동반 급등한 귀금속 가격 추이
| 금 | 팔라듐 | 백금 | 은 | |
|---|---|---|---|---|
| 통화 | 2025년 1월 1일 이후 변동률(%) | |||
| USD | 93% | 133% | 220% | 270% |
| AUD | 73% | 108% | 186% | 231% |
| BRL | 65% | 100% | 174% | 217% |
| CAD | 84% | 122% | 204% | 252% |
| CHF | 66% | 100% | 175% | 218% |
| CNH | 83% | 121% | 203% | 251% |
| EUR | 69% | 104% | 180% | 223% |
| GBP | 77% | 114% | 193% | 239% |
| JPY | 89% | 128% | 213% | 262% |
| MXN | 61% | 94% | 167% | 209% |
출처: CME Economic Research Calculations
귀금속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심화
-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국 인플레이션의 목표치 상회 지속
-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기조
-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
-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경제국들의 대규모 재정 적자 지속
주목할 만한 점은 채권 투자자들이 이러한 우려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최대 국채 시장인 미국 공공 부채 시장에서 단기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익률 곡선의 장기물(Long end) 금리 또한 최근 일본 국채(JGB)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그림 4). 근원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 성장세 위축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다만, 귀금속 시장에서 나타나는 강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그림 4: 2025년 초 이후 3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의 안정적 추이
일반 미국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사이의 기대 인플레이션 스프레드 역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두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한다고 가정할 때, 현재 향후 10년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연평균 상승률이 2.38%를 기록해야 10년물 TIPS 투자자와 일반 10년물 국채 투자자의 수익률이 일치하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는 현재 채권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는 징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그림 5).
그림 5: 일반 국채 및 TIPS 기대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우려 징후 부재
유럽에서는 2년물과 30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다소 가팔라지는 스티프닝(Steepening) 현상이 나타났으나, 귀금속 투자자들이 대비(Hedging)하고자 하는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을 채권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오직 일본에서만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는데, 이는 타 주요국보다 2년 이상 뒤처진 2024년이 되어서야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시장 특수성에서 기인한 것입니다(호주, 캐나다, 유럽 및 일본의 채권 수익률 곡선 차트는 부록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약하자면, 귀금속 투자자와 채권 투자자가 미래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내린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적중하기는 어렵습니다. 귀금속 투자자의 판단이 옳다면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라 채권 수익률은 더 높아지고 중앙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합니다. 반대로 채권 투자자의 판단이 옳다면 인플레이션 급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귀금속 가격은 다시 이전 수준으로 회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사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떤 교훈을 주고 있을까요? 역대 귀금속 가격 급등기마다 금속 시장과 채권 시장 중 어느 쪽이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더 정확히 예견했을까요? 최근 사례부터 역순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019년~2024년: 인플레이션 향방을 정확히 예견한 귀금속 시장
2019년 초부터 2020년 중반 사이 근원 인플레이션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과 은 가격은 이미 2배가량 급등했습니다. 물가는 그로부터 상당한 시차를 둔 2021년 4월에서 2022년 말 사이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마치 귀금속 시장이 팬데믹 이후 전개될 인플레이션 사이클을 정확히 선행하여 반영한 것과 같았습니다. 특히 연준(Fed)이 3개월 동안 3조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QE)를 단행하고, 결과적으로 5.9조 달러에 달하는 코로나19 관련 연방 재정 지출이 집행되었던 2020년 3월에서 5월 사이의 가격 움직임이 이를 뒷받침합니다(그림 6).
그림 6: 2021-22년 인플레이션 국면을 선행한 귀금속 가격 추이
한편, 국채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상승에 뒤늦게 반응하며 근원 CPI가 정점을 찍은 지 약 1년이 지난 2023년 말에 이르러서야 정점을 기록했습니다(그림 7). 다만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당시 국채 수익률은 연준이 단행한 4.9조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QE)로 인해 인위적으로 억제된 측면이 있습니다. 해당 조치는 미국 정부 부채의 약 5분의 1을 시장에서 회수하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그림 7: 양적 완화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에 후행한 2019-2023년 국채 수익률 추이
2002-2011년: 귀금속 랠리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정확히 예측한 채권 시장
금과 은은 2002년부터 랠리를 시작하여 2011년까지 금 가격은 6배, 은 가격은 10배 이상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및 이후 수년간 근원 CPI는 거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0% 수준까지 하락했던 물가는 이후 2%를 밑도는 수준에서 안정화되었습니다(그림 8). 이는 마치 금과 은이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은 인플레이션을 미리 반영하여 움직인 것과 같은 양상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의 경제 호황이 귀금속의 실물 수요를 견인한 결과일 뿐, 당시의 가격 상승은 실제 인플레이션 전망과는 무관했을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그림 8: 실제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이어지지 않은 2000년대 금 및 은 가격 급등기
결과적으로 해당 기간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전반적인 완화적 통화 정책과 양적 완화(QE, 특히 2008년 이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프리미엄의 하락세가 반영된 결과로도 풀이됩니다. 실제로 근원 CPI는 2021년 2분기에 진입하기 전까지 장기간 2% 이하 수준에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그림 9).
그림 9: 2002-18년 인플레이션 정체 및 국채 시장의 정확한 물가 전망
1977-1980년 인플레이션 국면: 인플레이션에 선행한 귀금속과 후행한 국채 수익률
1977년에서 1980년 사이 근원 CPI는 6%에서 14%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시기 금, 은, 미국 국채 및 인플레이션 사이의 상관관계는 다소 불분명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금과 은 가격은 1977년과 1978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1979년 들어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율이 정점에 이르기 약 9개월 전인 1980년 초에 이미 고점을 형성했습니다(그림 10). 반면 미국 국채 수익률 또한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상승 흐름을 보였으나, 1981년에 진입해서야 비로소 정점에 도달했습니다(그림 11).
그림 10: 1980년 인플레이션 정점에 앞서 고점을 형성한 금 및 은 가격
그림 11: 인플레이션 정점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나 도달한 국채 수익률의 고점
1973-1976년 인플레이션 국면: 귀금속의 선제적 고점 형성과 국채 수익률의 후행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은 미국 달러의 금태환 정지(De-link)를 단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인들은 1933년 이후 처음으로 금을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금과 은 가격은 1972년과 1973년 초 사이 완만하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이는 마치 1973년 10월 아랍 석유 금수 조치와 함께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 사이클을 예견하는 듯했습니다. 귀금속 가격은 1974년 1분기에 정점을 기록했으며, 당시 은은 1972년 초 대비 400%, 금은 약 300% 급등한 상태였습니다. 두 금속 모두 근원 CPI가 1975년 4월 정점에 도달하기 약 1년 전에 이미 고점을 형성했습니다(그림 12).
그림 12: 1973-74년 인플레이션 발생에 앞서 급등한 금 및 은 가격
한편, 미국 국채 수익률은 훨씬 완만한 속도로 상승하며 1972년 초 6% 수준에서 1974년 약 8% 선까지 완만하게 움직였습니다. 1970년대 후반과 2020년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채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발생 시점보다 한참 뒤인 1975년 10월에 이르러서야 정점을 기록하며 뚜렷한 후행성을 보였습니다(그림 13).
그림 13: 1973-74년 인플레이션 급등에 후행하여 반응한 국채 수익률 추이
요약 및 시사점
현재의 귀금속 가격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도래를 확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미국 내 발생 가능성 또한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1972-74년, 1977-80년, 2019-20년의 귀금속 가격 상승이 향후 닥칠 고인플레이션의 전조 현상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향후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해 경계 태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2002-11년의 강세장 이후 10년 동안 인플레이션 급증이 나타나지 않았던 사례에서 보듯, 귀금속 투자자들의 견해가 항상 무결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한편, 미국 국채 수익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국채 수익률은 통상 인플레이션 급증에 앞서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며, 연준과 주요 중앙은행의 막대한 양적 완화(QE)가 아니었다면 2020년과 2021년에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세계 전반에서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 국채 시장에 반영된 물가 전망과 귀금속 시장이 암시하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동시에 실현될 수 없는 상반된 시각임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부록 차트
부록 차트 1: 11월까지 소폭 상승세를 기록한 영국 장기 국채(Gilt) 수익률 추이
부록 차트 2: 프랑스 장기 국채(OAT) 수익률의 지속적인 상승세
부록 차트 3: 독일 장기 연방채(Bund/BUXL) 수익률의 지속적인 상승세
부록 차트 4: 타 주요국 대비 이례적으로 수직 급등 중인 일본 국채 수익률
부록 차트 5: 2025년 및 2026년 초 호주 국채 수익률의 소폭 상승 기록
부록 차트 6: 캐나다 수익률 곡선에서 관측된 완만한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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