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곡물 가격 하락세 속에 비료 등 생산 비용이 급등하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 전 세계 요소(Urea) 수출 상위 10개국 중 3개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물량을 공급하는데, 현재 중동 긴장으로 인해 이 경로가 차단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 곡물 농가들이 본격적인 봄철 파종 준비에 나섰지만, 올 한 해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합니다. 특히 최근 이란발 갈등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비료 가격이 이미 급등하며 농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급등한 투입 비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원자재 가격은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농무국(American Farm Bureau)에 따르면, 많은 미국 농가가 농작물 보험이나 정부 보조금을 합쳐도 4~5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일리노이주 라살 카운티의 4대 농부이자 일리노이 농무국 회장인 필립 넬슨(Philip Nelson)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지금의 곡물 가격은 1974년 수준인데, 생산 비용은 그때보다 4배나 늘었다"라며 농가의 어려운 자금 사정을 토로했습니다.
봄철 파종을 앞둔 농가들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것은 비단 생산 비용 문제만이 아닙니다. 월시 트레이딩(Walsh Trading)의 상업 헤지 부문 부사장 션 러스크(Sean Lusk)는 "지난해 미국은 약 180억 부셸이라는 기록적인 옥수수 수확량을 거두었으며, 이러한 막대한 공급량이 여전히 시장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대두(콩) 시장의 전망 또한 불투명합니다. 최근의 무역 긴장 속에서 대중국 수출 점유율이 하락했는데, 농가들은 이를 만회해 줄 '바이오매스 기반 디젤 프로그램'의 확대 여부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도전적인 상황이 지속되는 해일수록, 리스크 관리 도구를 활용하고 마케팅 계획을 정교하게 다듬는 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농가 심리
한편, 퍼듀 대학교와 CME Group이 발표하는 '농업 경제 지수(Ag Economy Barometer)'가 지난해 12월 하락했습니다. 이는 브라질과의 경쟁 심화로 인해 미국의 대두 수출 전망을 어둡게 보는 농가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최근에는 현재 상황과 미래 기대치 사이의 간극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미국 농민들은 미래보다는 오히려 현재 상황을 상대적으로 더 긍정적으로 평가 하고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USDA) 경제조사국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순농가 소득이 전년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농가 가교 지원 프로그램’이나 ‘긴급 농산물 지원 프로그램’ 등 무역 환경 악화로 인한 손실을 메워주기 위한 미 USDA의 지원책 덕분에 하락 폭이 일부 상쇄되긴 했으나, 미국 농무국은 여전히 대부분의 생산자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리노이 대학교 연구진은 2026년 곡물 가격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3월 초 기준, CME Group의 2026년 9월물 옥수수와 대두 선물은 각각 부셸당 약 4.55달러와 11.3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가격이 전년 대비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수확량이 평년 수준일 경우 전체적인 비용 상승분이 이러한 이익을 상쇄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 지원 없이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은 옥수수의 경우 4.70~4.90달러, 대두는 10.80~11.25달러 범위입니다. 이는 현재 시장 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입니다.
일리노이주 스트리터의 5대 농부 데이비드 이저먼(David Iserman)은 이러한 수치들을 보며 이번 농번기를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는 "운이 좋으면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분명 적자를 보게 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용 절감 대책
종자, 비료, 농약 등 매년 투입되는 생산 비용이 작년보다 상승했습니다. 특히 옥수수는 대두보다 생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는 올봄 미국 농가들의 작물 선택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정확한 향방은 3월 31일 발표 예정인 ‘2026년 예상 파종 보고서(Prospective Plantings report)’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다만, 많은 농가는 지력 유지와 같은 농법상의 이유로 옥수수와 대두를 반반씩 번갈아 심는 전통적인 ‘50:50 윤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이저먼과 넬슨 역시 이 방식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두 농부 모두 과거에도 어려운 시기를 겪어본 만큼, 다각도로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저먼은 비료를 가장 큰 지출 항목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대두에는 ‘무경운(No-till, 땅을 갈지 않는 농법)’을, 옥수수에는 ‘부분 경운(Strip-till)’ 농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부분 경운은 비료를 살포할 좁은 띠 모양의 토양만 갈아엎는 방식인데, 이를 통해 비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저먼은 단순히 농법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비료 사용량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비용 대비 효과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비료 투입량에 따른 실질 수익률을 데이터로 측정하며 낭비를 최소화하는 방식 등입니다.
그는 “우리는 이제 수확량이 아닌 ‘수익’의 관점에서 비료 투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1달러를 투자하면 반드시 그 이상의 수익이 돌아오길 원합니다. 단순히 수확량 1위를 차지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수익률(Return)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넬슨 역시 그동안 토양 내에 충분한 비료 성분을 축적해 온 만큼, 비용 절감을 위해 비료 사용량을 소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고공행진 중인 비료 가격, 그 원인과 대안
비료는 농지 임대료를 제외하면 농가에서 가장 변동성이 크고 비중이 높은 지출 항목입니다. 미국 농무부(USDA)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생산 비용의 20%에서 3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습니다.
StoneX의 비료 부문 부사장 조쉬 린빌(Josh Linville)은 현재 비료 가격이 작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합니다. 2026년 초 뉴올리언스항의 요소(Urea) 가격은 톤당 약 450달러로, 2025년 초(389달러)에 비해 크게 올랐으며 질소 비료 가격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료 가격을 끌어올리는 3가지 글로벌 요인
- 중국의 수출 제한: 주요 공급국인 중국이 2026년 8월까지 요소 수출을 중단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수백만 톤의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 유럽의 생산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천연가스 비용이 고공행진하면서, 유럽의 질소 생산량은 2022년 하반기부터 평년의 75%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 중동 물류 리스크: 세계 10대 요소 수출국 중 3개국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현재 봉쇄 위기에 직면하며 물류 병목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비료 비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일부 농가에서는 '옥수수-요소 비율'과 '대두-요소 비율'을 활용합니다. 이 비율은 작물 가격 대비 비료 비용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며, 영양소 1톤을 구매하는 데 몇 부셸의 곡물이 필요한지를 계산합니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비료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시기인데, 현재는 낮은 곡물가와 높은 비료값 때문에 이 비율이 87~90부셸까지 치솟으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입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일부 농가에서는 CME 그룹의 10톤 단위 미 걸프(U.S. Gulf) 요소 선물 계약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출시된 이 상품은 개별 생산자가 실제 현장 필요량에 맞는 소량 단위로 비료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게 해주며, 옵션을 통해 가격 상승 리스크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1월 당시 비료 비용이 높게 느껴졌을 수 있지만, 현재와 비교하면 당시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수준이었음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료 1: 요소 가격 추이
비료 구매도 이제는 ‘전략’
스톤엑스(StoneX)의 조쉬 린빌 부사장은 미국 농가에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건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가 곡물을 팔 때 단 한 번의 결정으로 모든 물량을 처분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비료 구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곡물을 팔 때처럼 비료를 살 때도 분할 매수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많은 농가에서 관행적으로 일 년에 한 번 비료를 몰아서 구매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연중 가격 변동을 세밀하게 살피는 것이 곧 '돈을 버는 길'입니다. 가격 흐름을 읽고 움직인다면 훨씬 더 영리하고 효율적인 경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스크 관리 도구로써 '비료 가격 비율(Fertilizer Ratios)'을 활용하고 싶은 농가라면, 우선 지역 곡물 창고에 문의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수년간의 과거 데이터를 확보해 가격 추이를 분석해 본다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최적의 가격으로 비료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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