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3.8% 상승했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도 전월보다 높은 2.8%를 기록했습니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6%로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미국 물가를 올린 주범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였습니다. 이는 수요 증대가 아닌 정책이 만든 물가 상승이었으나, 최근 연방대법원이 광범위한 관세를 무효화하면서 실효 관세율이 11% 선에서 안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인플레이션의 새로운 주범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입니다.
지난 4월 에너지 지수는 한 달 동안 3.8%가 올랐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18%나 폭등했습니다. 휘발유는 28%, 난방유는 54%, 항공운임은 20%가 올랐으며, 월간 전체 물가 상승의 40% 이상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촉발되었습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은 알루미늄, 비료, LNG와 같은 산업 중간재의 핵심 통로입니다. 따라서 해협 봉쇄는 다양한 원자재의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는 실물 경제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습니다. 특히 디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트럭과 선박으로 운반되는 모든 상품의 조달 단가를 끌어올리는 중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핵심 상품 가격에 본격적으로 전이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물가 상승은 시작에 불과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될 것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당장 정상화되더라도 물가 상승세가 곧바로 진정되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실물경기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물가가 3.8% 오르는 동안 실질 평균 임금은 월간 0.5%, 연간 0.3%가 떨어졌습니다. 임금이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소비로 유지되는 미국 경제의 성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경기 민감도가 높은 구리, 알루미늄과 같은 산업용 원자재의 수요 둔화 우려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자, 금리 변화에 민감한 장기 채권 시장에는 심각한 수준의 매도 압력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의 30년물 국채 금리도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취임하는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이 금리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수요’에 대응하는 정책 도구입니다. 금리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수요를 조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처럼 ‘공급측’에서 발생하는 문제에는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연준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관장하는 기관입니다. 만약 상황에 맞지 않는 금리 인하 등으로 연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면 달러에 대한 믿음도 함께 흔들릴 것이며, 이는 구조적인 달러 약세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매커니즘은 금을 비롯한 일부 핵심 원자재와 에너지 안보 자산에 대한 지지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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