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간 핵 협상 결렬에 불만을 품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200대 이상의 전투기를 동원하여 폭격하며 시작된 중동사태는 이후 이란의 반격, 미국의 이란 핵시설 직접 폭격, 그리고 이란 의회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승인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었고 이에 따라 유가도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중동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었고 유가는 급락 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원유의 공급적 특성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번 중동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요인들이 공급측면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로, 원유는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필수재라는 점입니다. 싸다고 더 많이 쓰고 비싸다고 안쓸수는 없기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급균형이 무너지면 한쪽으로 많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의 산업화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던 2000년대 초반, 가격이 150달러까지 상승했던원유가격은 금융위기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50달러대까지 하락했으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이동제한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원유 수요 증감의 폭과 가격 증감의폭이 꼭 비례하지는 않으며, 일반적으로 원유수급이 10%정도 변화하면 가격은 75%정도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공급지가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10대 생산국의 비중이 전체의 7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미국, 러시아, 사우디 등 상위 3개국의 생산비중이 40%에 달하고 있습니다. 주요 공급지는 페르시아만 지역,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구소련지역 그리고 북미지역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생산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세 지역 중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겼을 경우 부족분을 메우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들 3곳의 주요 생산지역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첫번째 주요 생산지인 페르시아만에는 7대 주요 생산국이 있고 전세계 원유 생산의 3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OPEC의 생산량이 전세계 원유 생산의 40%를 담당하고 있으니 페르시아만이 OPEC생산의 75%를 차지하는 셈입니다. 수출량으로 따지면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원유의 절반가량이 이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석유가 발견되기 전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 지역이었고 석유의 생산을 주로 외국 기술과 인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편,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대부분 좁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서 절반은 동북아시아로, 절반은 유럽과 북미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유가가 폭등할 수 있고 이번 중동사태에도 한동안 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미국이 중동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했지만 셰일 오일이 발견된 이후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되면서 중동지역 문제에 대해 점점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들 국가들의 해군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기에 미국이 발을 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해 줄 수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빠르게 휴전으로 이끌었지만 다음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두번째 주요 생산지역은 러시아를 포함한 구소련 지역입니다. 예전 소비에트 연방 때에는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했었습니다. 구소련 지역 전체에서는 하루 1,500만 배럴의 원유가 생산되는데 이 중 러시아 생산분이 약1,100만 배럴입니다. 대부분 러시아에서 생산되고 있기에 구소련 붕괴후 초창기에는 구소련 위성국에 수출했고 그 이후에는 송유관으로 독일, 터키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였으며, 프리모르스크나 흑해의 노보로시스크 등의 항구를 통해 해상수출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베리아에서 중국으로 연결한 송유관을 통해 중국으로도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원유생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설이 낡았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유전이 절정기를 지났으며 신규 유전들은 깊고, 작고, 난관이 많고 인구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당장 붕괴할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BP, 할리버튼, 슐럼버거 등 외국기업이 현재 러시아 석유생산량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서구기업들이 퇴출되면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되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및 서방의 제재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송경로도 문제인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생산량의 절반을 독일과 같은 최종소비자에게 송유관으로 직접 운송하고, 나머지 절반은 유조선을 통해 운송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향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대신에 중국과 인도향 물량이 증가하면서 해상운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북미지역은 다른 주요 생산지에 비해 안정적입니다. 미국은 전통적인 유전에서 4백만배럴 정도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국내 소비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여 예전에는 수입에 많이 의존했었습니다. 하지만, 셰일오일 발견 이후에는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이 되었고 수출도 늘리고 있습니다. 캐나다도 오일샌드로 인해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오일샌드는 무른 암반에 스며들어 고체형태로 암석층에 통합되어 있는 오일을 증기를 주입하여 추출하거나 암석 채굴후 원유를 씻어내어 생산합니다. 캐나다산 오일샌드의 대부분은 미국으로 운송되어 가공되고 있습니다. 멕시코의 경우도 미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제품을 수입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북미지역의 특징은 생산이 안정적이고 돌발 변수가 많지 않지만, 자체적으로 지역 내 소비가 많기에 수출 비중이 크지는 않다는 점 입니다.

다음은 운송경로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요 생산지역과 주요 소비지역이 상대적으로 멀기 때문에 운송경로가 길고 위험지역도 다수 존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처럼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이 가까운 곳들을 제외한 주요 소비국은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등이며, 이 네 국가가 전세계 소비의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해상으로 운송되어야 하는데 호르무즈, 말라카, 남중국해 등 비교적 긴장국면이 있는 지역을 통과해야 하기에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운송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원유마다 성분이 달라서 공급선 변경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러-우 전쟁이후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였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생산국인데 왜 다른나라에서 원유를 수입해 왔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더 많지만 하루 780만 배럴의 원유를 다른 국가들로부터 수입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원유를 수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Lifting Cost라고 하는 국가별 채유비 차이 때문입니다. 원유에서 가스를 분리하고 탈수, 탈염 등 많은 처리가 필요한데, 이러한 비용은 국가마다 다릅니다. 설비가 부족한 중남미 국가보다는 미국이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수입하여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원유는 유종별로 API비중이나 황 함유량 등이 다른데,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수입을 해왔기 때문에 처리시설별로 각각의 유종에 최적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미국산 원유처럼 API비중이 낮고 황 함유량이 낮은 스위트 오일에 적합하지 않은 시설이 많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정국가로부터의 공급이 중단되면 거기에 맞춰서 운영되고 있던 처리시설의 경우 다른 유종으로의 전환이 쉽지는 않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이란이 휴전상태이기 때문에 원유가격도 다시 안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다시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 이전에는 수요보다는 공급 이슈가 더 부각되는 상황이었고 원유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중동사태가 완전히 해결되면 가격은 다시 60불대 초반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동사태의 진행 경과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본 페이지의 해설서에 포함된 의견 및 진술은 투자의 실행 또는 청산 또는 기타 거래의 이행에 대한 제안, 권유 또는 추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이나 기타 결정의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귀하의 필요에 따라 적절한 전문적인 조언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콘텐츠는 조세열 전무(Simon Cho)가 작성하였습니다. CME Group은 콘텐츠에 대하여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으며, CME Group이나 그 관계회사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포함된 자료나 정보의 사용 또는 배포는 어떤 지역이나 국가의 관련 법률 또는 규정과 상충될 수 있으며, CME Group은 이러한 정보의 사용 또는 배포가 그 지역이나 국가에서 적절하거나 허용된다고 진술하지 않습니다.

CME Group은 가장 다양한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세계를 선도하는 시장입니다. CME Group은 4개의 적격거래소(DCM: Designated Contract Market)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거래소의 규정 및 상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다음 해당 거래소를 클릭하여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ME, CBOT, NYMEXCOMEX.

©  2025 CME Group. 제권리 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