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알루미늄 시장은 점차 심화되는 공급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중동발 정세 불안이 현지 물동량에 미친 타격으로 인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어요.
- 미국과 유럽의 경우, 자국 내 공급망을 확장하는 데 상당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당장 이를 대체할 방법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중동발 정세 불안은 올해 알루미늄 가격을 강하게 밀어 올렸고, 자동차, 캔, 항공기 등을 만드는 전 세계 수많은 제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인 2월 말만 해도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3,200달러 선을 맴돌았어요. 하지만 공급 충격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강타하면서 불과 2주 만에 4년 만의 최고치인 톤당 3,5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사실 글로벌 조사 기관인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는 이번 사태 전부터 올해 알루미늄 공급 부족량이 20만 톤에 달하고, 2028년에는 80만 톤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EV), 태양광 패널 중심의 신재생 에너지, 그리고 AI 데이터 센터 수요가 폭발하며 시장에서 예상했던 2025년 말 기준 공급 부족량(약 5만 톤)을 충분히 뛰어넘어 버린 수치였죠.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전 세계 알루미늄 물동량의 9%가 통과하는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였습니다. 이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중동에서 출발해 유럽과 미국으로 향하던 수출길이 막혀버린 거죠. 설상가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제련소를 운영하는 바레인 알루미늄(Alba)마저 해상 물류 차질을 이유로 생산량을 19%나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자료 1: 글로벌 알루미늄 연간 생산량 비중
우드맥켄지 리포트에 따르면 "주요 항만과 제련 공장의 폐쇄는 알루미늄 시장에 심각한 격동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또한 걸프 연안국들의 수출 차질로 인해 "향후 6~12개월 동안 수급 불균형이 극도로 심화될 것"이라며, "해상 물류 정체나 가동 중단 장기화로 인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알루미늄을 약 25%나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요. 결국 이들 전기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생산량을 감축하겠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알루미늄 가격 차이
국제 알루미늄 기준 가격이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최근의 사건들은 지역별 가격 격차를 한층 더 벌려놓고 있습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알루미늄을 조달할 때는 글로벌 기준 가격에 각 지역의 수급 상황, 운송비, 관세 등을 더한 일종의 웃돈인 '물리적 프리미엄(Physical Premium)'이 붙게 됩니다. 현재 이 프리미엄은 지정학적 위기 이전의 기준선을 훨씬 웃돌고 있어요. 미국 시장의 '미드웨스트(Midwest) 프리미엄', 유럽의 '로테르담(Rotterdam) 프리미엄', 아시아의 '일본 프리미엄' 등이 대표적인데, 이 지역별 격차(스프레드)가 5월 초 기준으로 각각 2,529달러, 612달러, 507달러, 302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가격 리스크를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미드웨스트 프리미엄이 역사적 고점을 기록하면서, 미국으로 향하는 알루미늄의 조달 가격은 톤당 6,000달러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 제조업체들로서는 막대한 비용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죠.
미국은 관세와 무역 제재 정책으로 인해 선택할 수 있는 수입국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보니, 전체 수입량의 약 12%를 중동 지역에 의존해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 중동발 공급망 타격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입니다.
자료 2: 미드웨스트 프리미엄: 미국 알루미늄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 증가
CME Group의 금속 상품 부문의 시니어 디렉터인 이안 케이튼(Ian Caton)은 현재 미국의 알루미늄 소비 기업들에 있어 가격 변동 위험을 분산하고 제조 마진을 보호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중동발 갈등은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던 지역 프리미엄의 확산을 더욱 가속화시켰다고 해요. 미국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은 사실 지난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도입 때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는데요, 지난 1년간 관세 정책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면서 이러한 흐름이 한층 더 심화된 것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럽과 일본 시장은 미국과 같은 고강도의 관세 구조가 없다 보니 지역별 가격 격차(스프레드)가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편입니다. 비록 이번 전쟁의 여파로 두 지역의 프리미엄 역시 한 차례 뛰어오르긴 했지만요.
자료 3: CME Group 알루미늄 프리미엄 가격 동향
현재 유럽의 프리미엄은 톤당 약 612달러, 일본은 톤당 약 302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으며, 두 지역 모두 지정학적 갈등 이전 수준과 비교해 약 70%가량 급등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유럽 로테르담 프리미엄은 이미 지난 2025년에 50% 이상 치솟은 바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핵심 공급처인 '알루미늄 아이슬란드(Aluminum Iceland)'의 가동 중단, 비(非)EU 수입국에 부과되는 탄소 국경세, 그리고 모잠비크의 생산량 감소 등이 맞물리며 공급을 강하게 조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생산량을 감축한 데다 기존 재고마저 넉넉했던 탓에 알루미늄 공급 과잉 상태에 직면했던 것이죠. 이로 인해 작년 말 일본의 프리미엄은 톤당 58달러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찍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수요가 회복되고 해상 물류 차질이 시작되면서 올해 2월에는 톤당 181달러까지 폭등했고, 4월 말 기준으로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안 케이튼은 "지정학적 타격의 양상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며, "글로벌 기준 시세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각 지역의 특수한 상황들이 알루미늄 총조달 비용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의 미드웨스트 프리미엄은 미국 내 알루미늄 전체 거래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그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돌파구로 떠오른 재활용 트렌드
글로벌 공급망에 비상이 걸리자, 미국 바이어들은 안정적인 알루미늄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재활용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금속 산업 컨설팅 기업인 피닉스(Phinix)의 CEO이자 설립자인 수보드 다스(Subodh Das)에 따르면, 미국은 이 재활용 공정에 무려 100억 달러를 투자해왔으며, 올해 재활용 알루미늄 생산 능력을 2025년 300만 톤 수준에서 400만 톤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해요.
다스 CEO는 기존 시설을 증설하거나 신설하는 것을 넘어, 매립지에 묻혀 있는 자원을 활용하려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매년 150만 톤의 알루미늄 스크랩(고철)이 매립되고 있고, 또 다른 150만 톤은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며, "이제 매립을 중단하고 수출량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미국의 자체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에미레이트 글로벌 알루미늄(Emirates Global Aluminium)과 센추리 알루미늄(Century Aluminum)이 오클라호마주에 미국 최대 규모의 제련 공장을 세우고 연간 75만 톤을 생산하기로 합작 투자를 맺으면서 이러한 노력이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되었죠. 이는 미국의 현재 생산 능력을 거의 두 배로 늘리는 규모입니다.
다스 CEO는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매립지에는 주로 음료 캔 등에서 나온 약 1억 2,000만 톤의 알루미늄 자원이 잠자고 있어, 향후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더 심해지더라도 이를 훌륭한 완충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시간 대학교 전기차 센터의 공학 교수인 알란 타웁(Alan Taub) 역시 자동차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그는 "이번 전쟁 여파 중 알루미늄 가격 상승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현재 신차 평균 판매 가격이 5만 달러를 넘어서며 자동차 구매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업계가 생산 능력을 늘리거나 대체 소재를 찾는 등 나름의 해법을 알고는 있지만, 원자재에 가공 가치를 더해 자동차용 주조품 등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부품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타웁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이 원자재 조달 과정에 '스크랩(재활용) 알루미늄'을 섞어 쓰기 시작하면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막대한 비용 절감은 물론 탄소 배출까지 감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폐차를 해체하고 잘게 부수는 공정(Shredding)에서 알루미늄을 추출할 때, 자동차에 쓰였던 철제 볼트나 브래킷 등에서 나온 '철(Iron)' 성분에 오염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철 성분이 섞여 들어가면 최종 알루미늄 자재의 구조적 강도가 약해질 수 있거든요. 이 때문에 최근 관련 업계는 철 성분이 조금 섞여도 버텨낼 수 있도록 망간이나 마그네슘을 혼합한 새로운 '철 내성 알루미늄 합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