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통화 정책 간 줄다리기에 갇힌 유로-달러

  • 29 May 2018
  • By Erik Norland
  • Topics: FX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지난 8개월 간 1.15-1.25의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EURUSD의 방향성이 사라진 것이 놀랍지 않습니다.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경제 성장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긴 하지만 양쪽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 간의 유사점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미국에서는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축소되고 있으며, 완전 고용이 이루어지고 재정 적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고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는 확대되고 있으며, 실업률은 떨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재정 적자는 축소되고 있습니다. 통화와 재정정책이 유로-달러 통화쌍을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고 있으며, 가격 변동이 좁은 범위에 갇히면서 실질 및 내재변동성 양쪽 모두를 억누르고 있습니다 (그림 1). 이런 상황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림 1: EURUSD 내재 변동성이 역사적 고점보다는 역사적 저점에 근접

거시경제지표

지난 8년 반 동안 실업률이 10%에서 3.9%까지 하락하긴 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2.1%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연준이 선호하는 측정 지표인 근원 PCE 물가지수는 작년에 1.9% 상승했습니다. 이 수치들이 다소 밋밋해 보일지 모르지만 유럽의 상황과 비교하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유럽은 최근 근원 인플레이션이 YOY로 0.7% 하락했고 2003년 이후로 2%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 (그림 2). 

그림 2: 유럽의 인플레이션율은 지하에 머물러 있는 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 목표치에 근접.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 격차는 유럽과 미국의 노동시장 상황이 판이하게 다른데서 기인합니다.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17년래 최저로 떨어졌고 경기 침체 이전보다 0.5% 낮은 수준입니다.  유럽의 실업률은 미국 노동시장이 회복을 시작한지 4년이 지나서야 떨어지기 시작했고 8.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 이전보다 1%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그림 3).

미국과 유럽의 실업률을 비교하는 것은 언제나 고된 작업입니다. 유럽의 노동법은 미국의 노동법이 주마다 다른 것에 비해 국가별로 훨씬 큰 편차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일부 유럽국가, 특히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들 국가의 노동관련 규제는 노동자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구조적 실업을 높이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필요에 의해서든 선택에 의해서든 간에 노동시장 개혁을 시작했으며, 경제의 지속적인 회복을 저해하는 ECB의 실수만 없다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지 않고 내려갈 수 있는 잠재적인 최저치까지 유럽의 실업률을 떨어트리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3.9% 실업률은 유럽에선 실현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인플레이션과 풍부한 통화량, 실업률이 연 1%의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실업률이 2020년 말까지 7% 이하로 떨어질 것을 예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불거질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지만, ECB가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하고 정책을 정상화시키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림 3: 실업률이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 이전보다 0.5% 낮은 수준이지만 유럽에서는 1.2% 높은 수준임.

재정정책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합니다: 유럽은 재정정책을 통한 단기적 경기 부양에 기대를 걸 수 없다는 점입니다.  경기부양책을 쓰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서 이런 카드를 쓰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프랑스의 엠마뉴엘 마크롱 대통령도 세금 감면이나 지출 확대 카드를 쉽사리 사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탈리아에 새로 들어선 포퓰리즘 정부는 아마도 재정을 통한 부양책을 쓰고 싶어하겠지만, 130%에 이르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때문에 행동에 나서기 힘들 것입니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은 최근의 금융 및 재정위기로 너무 큰 타격을 입은 나머지 세금 감면이나 지출 확대 같은 카드를 쓸 여유가 없습니다.

미국은 너무도 큰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8년 간 경기 회복을 이어왔음에도 의회는 지난 12월에 세금 감면을 결정했고 3월에는 재정적자를 심화시키는 지출 계획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10%에서 2.2%까지 줄었지만 최근의 양상이 펼쳐지기 전인 2017년에 이미 GDP 대비 3.5%까지 확장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부 지출안의 효과가 체감되기 전인 2018년 1분기 말에는 GDP 대비 3.8%였고 아마도 2019년에는 GDP 대비 5.0-5.5%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림 4).

그림 4: 유럽의 적자 규모는 축소되는 가운데 미국의 재정적자는 확대되고 있음.

일반적으로 재정적자가 커지면 통화에는 약세 요인입니다. 따라서, 유럽에서 비슷한 재정정책이 시행되면 유로를 달러 대비 부양해야 하는데, 과거 재정 및 무역 적자 확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로는 약세를 보이곤 했습니다 (그림 5).  적어도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와 늘어나는 대규모 재정적자가 결합되면, 계속되는 (둔화될 수는 있지만) 양적완화와 대차대조표 축소로 유럽의 부채가 상대적으로 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미국의 부채 규모는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림 5: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음.

통화정책

통화정책은 유로와 달러 간의 분기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분야입니다. 한쪽에서는 연준이 활발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가운데서도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을 약속합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ECB가 계속 채권을 사고 있고 아마 빨라도 내년 후반부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URUSD가 미국과 유로존 간의 통화정책 분기에 반응하는 방식은 시간 경과에 따라 다르지만, (그림 6) 그 방향은 언제나 일관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 달러는 강해지고 유로는 약해집니다. 지난 해에는 이 상관관계가 이상하게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아마도 시장의 관심이 미국의 재정확대와 의회가 2017년 12월과 올해 3월에 통과시킨 법안에 온통 쏠려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더 이상 이와 유사한 법안이 현재 행정부 임기 내에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장은 미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유럽의 재정적자가 축소되는 가운데서도 다시 통화정책의 분기에 집중하게 될 여유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림 6: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통상 달러는 강해짐.

연준의 점도표는 2018년에 2-3차례 추가 인상, 2019년에 2-3차례, 그리고 2020년에 1-2차례 인상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여기에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모습입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에는 2018년 2-3차례 추가 인상, 2019년 1-2차례, 그리고 그 뒤로 무기한 중지하는 것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ECB는 빨라도 2019년 후반부까지는 긴축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2018년 ECB에 주목해 봐야할 부분은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중단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2019년에는 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임기가 10월에 끝남에 따라 총재 교체로 이목이 쏠릴 것입니다. 드라기 총재의 후임 문제가 ECB의 향후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ECB가 드라기 총재 취임 이후로 취해왔던 유화적/협조적 스탠스를 계속 추구해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 취임한 총재가 인플레이션의 존재 여부에 관계 없이 인플레이션 잡기에 주력할 것인지가 드러날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드라기 총재가 이임 전에 다소나마 정책 정상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특히 적어도 ECB의 마이너스 금리 실험은 끝낼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망

EURUSD의 궤적은 재정과 통화 중 어느쪽 변수들이 우세를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옵션 가격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통화정책이 더 강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EURUSD의 내재 변동성은 하방으로 꺾여 있고 등가격 이하 옵션 가격이 등가격 이상의 동일 만기를 가진 옵션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패턴은 여러 다양한 만기물에서 그대로 나타납니다 (그림 7).

그림 7: 투자자들은 유로화의 상방보다 하방 위험을 더 높게 보고 있음.

이러한 시각에는 몇 가지 논리가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변화는 천천히 일어납니다. 방향이 바뀌려면 2016년 미국 대선처럼 엄청난 사건이 있어야 합니다. 최근의 세금 및 정부지출 법안 같은 경우도 아주 근소한의 표차로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의 다수당이 바뀐다 하더라도 2020년 이전에 이 같은 충격이 또 한번 있을거라 예상할 근거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유럽의 재정정책도 내년에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재정정책과 비교해 통화정책은 훨씬 더 유연합니다. 중앙은행들은 종종 엄청난 관성에 의해 움직이곤 합니다. 단기 금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더 많은 단기 금리가 고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금리 인상은 더 많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앙은행들은 문제가 생길 때까지 긴축정책을 펴곤 합니다.  가끔 소프트 랜딩을 달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중반에 연준이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중앙은행들은 문제가 생길 때까지 긴축을 이어갑니다. ECB의 경우에는, 좋은 소식이 들릴 때까지 완화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업률이 더 떨어지고 근원 인플레이션이 마침내 의미있는 움직임을 보여 2%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그 예인데,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입니다.

따라서 옵션 거래자들이 통화정책에 의해 향후 12개월 간 달러는 강세로, 유로는 약세로 갈 것이라는데 표를 던지는 것이 맞을지 모릅니다. 달러에 진짜 문제가 생길 때는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결국 침체로 빠져드는 때입니다. 그렇게 되면 재정 및 통화 변수들이 금리 인하 및 재정적자 폭증과 같이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2018년에는 확실히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며 아마 2019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2020년대 초에는 현실화될 수도 있습니다. 연준이 긴축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러한 긴축정책이 의도치 않게 경제성장의 방향을 꺾어놓을 경우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유로존은 미국의 경기침체로 결국 고통을 겪겠지만 유로와 달러를 사용하는 두 경제권은 완벽한 동기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과 1991년에 미국은 침체에 빠졌지만, 그 여파가 유럽에 미친 것은 1992년과 1993년 이후였습니다. 유럽 통화는 1990년에 달러 대비 15-20% 상승했습니다. 마찬가지로, 2007년에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의 최초 징후가 나타난 후 18개월이 지난 뒤에야 유럽의 신용시장에서도 다양한 국가부채 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008년 미국 경기 침체로 유로가 달러 대비 거의 1.60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유럽은 적어도 초기 단계의 위기는 피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막대한 통화긴축의 결과로 2020년이나 2021년에 경기 하락을 경험한다면, 여전히 완화책을 펴고 있는 ECB로 인해 유럽에서는 동일한 위기가 나타나지 않거나 1-2년 연기될 수도 있으며 그 경우 유로는 치솟을 것입니다.

결론

  • 통화와 재정정책은 EURUSD의 움직임에 서로 반대방향으로 작용한다
  • 통화정책이 향후 12개월 간 우세를 점하며 달러를 위로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 옵션 거래자들은 유로에 대해 상방보다 하방 리스크를 더 크게 본다
  • 대략 2020년이나 2021년에 미국 경기침체가 오면 재정과 통화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다음 10년의 초반에 유로 대비 달러를 크게 약세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부인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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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에릭 놀란드는 CME 그룹 상무이사 겸 선임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에릭 놀란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를 추적하고 경제적 변수를 평가하며 CME 그룹과 그 사업전략 및 동 소속 시장의 투자자들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는 경제 분석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CME 그룹의 글로벌 경제 및 금융상황과 지정학적 상황에 대한 대변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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